얼마 전 한 가지 소식을 접했다.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대학 진학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선배가 후배에게 진학 정보를 알려주는 이 활동이 꽤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단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10명도 안 되는 학생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50명이 넘는다”며 “입시 정보뿐 아니라 한국 생활 전반에 대한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멘토링을 받은 한 고려인 학생은 “선배 덕분에 수시 전형을 준비할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려인이라고 하면 보통 중앙아시아에 살았던 한인 동포를 떠올리게 된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끌려간 이들의 후손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고려인은 해외 이주 한인 중에서도 특별한 역사를 가진 집단이다. 1990년대 이후 많은 고려인이 경제적 이유로 한국으로 다시 이주했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세대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모국어인 러시아어나 우즈베크어를 쓰는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써야 하는 이중고를 경험한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 진학은 더욱 큰 도전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정보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데다 부모 세대는 대학 입시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자녀에게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같은 처지를 겪은 선배들의 경험담이다. 선배가 입시 요령과 학교 생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멘토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정서적 지지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한 멘티는 “선배가 ‘너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줘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멘토링 세션에서는 입시 전략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나 아르바이트 팁 같은 실용적인 조언도 오간다.
사실 이런 멘토링 프로그램은 비단 고려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 청소년 등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이웃들에게도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누군가의 길잡이’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마약센터 같은 곳을 참고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지역에 관계없이 멘토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특히 정보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멘토링의 가치는 단기적인 진학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선배가 후배에게 베푼 관심은 후배가 다시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 고려인 공동체 전체의 사회적 자본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통합에도 기여한다. 실제로 멘토링을 받은 학생 중 일부는 대학 졸업 후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한 멘토는 “과거에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돌려주고 싶었다”며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선순환은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사업이 대부분 정부 지원이나 소규모 민간 단체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멘토링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와 기업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이 고려인 학생을 위한 전형을 만들거나, 기업이 장학금과 인턴십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또한, 멘토링 프로그램의 효과를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도 필요하다. 현재는 참여자의 만족도 조사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영향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나는 평소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지만, 이 소식을 보면서 ‘에너지’의 개념이 꼭 전기나 연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그 연결이 만들어내는 힘도 일종의 에너지다. 고려인 청소년들에게 멘토링은 바로 그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닐까. 마치 태양광이 햇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듯, 멘토링은 선배의 경험과 지식을 후배에게 전달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한다. 이런 에너지는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이면 언젠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낯선 이웃에게 내미는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우리 동네에 있는 고려인 마트의 주인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길도 몰라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한국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 친구들은 아마도 그가 처음 한국에서 만난 멘토들일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의 멘토가 필요하다.